존 F. 케네디 대통령
워싱턴 D.C.
1963년 6월 10일

앤더슨총장님과교직원, 이사내빈여러분, 제가앞으로 30분이면받게법학석사학위를년간야간법학대학원에다니면서간신히받았던저의오랜동료로버트버드상원의원님, 그리고내빈신사숙녀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감리교 후원으로 존 플레처 허스트 주교가 설립하여 1914년 우드로 윌슨 총장이 개교한 아메리칸 대학교의 학위 수여식에 제가 참석하게 된 것을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아메리칸 대학교는 성장 중인 신생 대학이지만, 역사를 이끌고 공무를 수행할 목적으로 설립된 이 도시에서 역사학과 행정학을 연구했으면 하는 허스트 주교의 분명한 소망을 이미 이루어냈습니다. 피부색과 종교를 떠나 배우고자 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고등교육의 장인 이 학교를 후원해 주신 이 지역과 전국의 감리교인 여러분께 제가 온 국민을 대신해서 감사의 말씀을 드리는 한편 오늘 졸업하는 모든 학생들을 치하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우드로 윌슨 교수님께서 대학을 졸업하는 모든 사람은 나라를 위해서는 물론 자기 시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이 학교의 졸업생이라는 영예를 안은 남학생과 여학생들이 앞으로 자신의 삶과 재능을 바쳐 공무 담임자로서 크게 기여해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존 메이스필드가 영국의 대학에 바치는 찬사에서 "세상에 대학보다 아름다운 것은 별로 없다"고 읊은 바 있는데 그 말은 오늘날에도 유효합니다. 높다란 대학 건물과 첨탑이나 캠퍼스의 잔디밭과 담쟁이가 덮인 벽을 가리켜 한 말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대학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동경했으며, 대학이야말로 "무지를 혐오하는 사람이 앎을 추구하는 곳, 진리를 아는 사람이 타인의 눈을 뜨게 하고자 힘쓰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한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무지가 넘치는 경우는 너무나 많고 진실이 드러나는 경우는 너무나 적은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할 자리로 오늘 이 자리를 선택했습니다. 바로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세계 평화 말입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어떤 평화일까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어떤 평화일까요? 미국산 전쟁 무기로 전 세계에 팍스 아메리카나를 강요하는 평화는 아닙니다. 노예로서의 안전을 지켜 주거나 묘지를 만드는 그런 평화도 아닙니다. 저는 세상을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평화, 국민과 국가가 함께 성장하고 희망을 품고 아이들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 줄 수 있는 평화, 진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오직 미국인만의 평화가 아니라 모든 남성과 여성의 평화, 우리 시대만의 평화가 아니라 영원한 평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제가 평화를 말하는 이유는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거의 무적에 가까운 대규모 핵 전력을 유지할 능력이 있는 강대국들이 그러한 핵 전력을 행사하기 전에는 결코 항복하지 않을 이 시대에 전면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핵무기 하나의 폭발력이 2차 대전 당시 연합군 측의 공군 전력 전체를 합한 것보다 열 배나 더 막강한 시대에 전면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핵 반응으로 생성되는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 바람과 물과 토양과 씨앗을 타고 지구 끝까지 전파되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세대에게 유전될 이 시대에 전면전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절대로 무기를 사용할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우리가 매년 무기 구입에 지출하는 수십억 달러의 비용은 평화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자금입니다. 그러나 생산이 아니라 오직 파괴만 가능한 무기를 구입해서 쓰지도 않고 쌓아만 놓는 것은 유일한 평화 보장 수단이 아니며 효율성도 극히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합리적인 사람들에게 필요한 합리적인 결론은 평화라고 주장합니다.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전쟁을 벌이는 것처럼 드라마틱하지 않으며, 평화주의자들의 말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이보다 시급한 일은 없습니다.

세계 평화나 국제법이나 전 세계의 군비 축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소용이 없다, 소련 지도자들이 보다 열린 태도를 취하기 전에는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우리가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개인으로서 또 국가로서 우리 자신의 태도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련의 태도만큼 우리의 태도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이 학교의 모든 졸업생 여러분이,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원하는 모든 사려깊은 시민들이 먼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해야 합니다. 평화의 가능성과, 소련과, 냉전 상황과, 국내의 자유와 평화에 대한 자기 자신의 태도를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첫째, 평화 자체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살펴봅시다. 평화는 불가능하다고 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위험하고 또 패배주의적인 믿음입니다. 그러한 믿음은 전쟁을 피할 수 없다는 결론, 즉 인류는 멸망할 것이고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힘에 사로잡혀 있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그런 시각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이것은 사람이 만든 문제입니다. 따라서 사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의 힘은 스스로 원하는 만큼 커질 수 있습니다. 인간 운명의 문제가 인간의 존재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인류는 언뜻 해결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문제를 이성과 정신으로 풀어낸 경험이 많습니다. 우리는 다시 해낼 수 있습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것은 일부 환상주의자나 광신자들이 꿈꾸는 절대적이고 무한한 평화와 선의의 개념이 아닙니다. 꿈과 희망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꿈과 희망을 유일한 당면 목표로 설정하는 것은 좌절과 불신을 가져올 뿐입니다.

그 대신 보다 실질적이고 달성 가능한 평화에 집중해 봅시다. 인간 본성의 갑작스런 대변혁이 아니라 인간 제도의 점진적인 발전을 밑받침 삼아 모든 당사자의 이해 관계를 벗어나지 않는 구체적인 행동과 효과적인 합의를 이끌어 냅시다. 이러한 평화 상태로 가는 손쉬운 비결 따위는 없습니다. 강대국 한두 나라에서 채택할 수 있는 엄청난 마법의 타개책도 없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수많은 나라들이 수많은 행동을 함께 할 때 얻어지는 것입니다. 평화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도전에 맞서면서 변화하는 동적인 것입니다. 왜냐하면 평화는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자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한 가정이나 나라 안에서도 그렇듯이, 평화 상태에서도 분쟁과 이익의 충돌은 발생할 것입니다. 동네 평화와 마찬가지로, 세계 평화를 위해 모두가 자기 이웃을 사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저 서로 인내하고 분쟁이 생기면 공정하고 평화롭게 해결하면서 함께 살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역사는 개인 관계와 마찬가지로 국가 관계에서도 영원한 적은 없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사람들의 호감과 비호감이 아무리 견고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시대의 조류와 각종 사건은 종종 국가나 이웃 간의 관계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오곤 합니다.

그러니 끈기를 가집시다. 평화가 꼭 비실용적인 것은 아니듯이, 전쟁도 꼭 불가피한 것이 아닙니다. 목표를 더 분명하게 설정하고 관리하기 쉬우면서 멀지 않은 목표를 제시하면 모두가 그 목표를 볼 수 있게 되고, 거기서 희망을 찾게 되고, 또 어쩔 수 없이 그쪽으로 가게 됩니다.

둘째, 소련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다시 점검합시다. 소련 지도자들이 자기들의 선전 문구를 진심으로 믿고 있다고 생각하면 힘이 빠집니다. 군 전략에 관한 소련 당국의 최신 문건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미 제국주의자 집단이 다양한 종류의 침략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미 제국주의자들이 소련을 상대로 예방 차원의 전쟁을 선포할 매우 현실적인 위협이 존재한다... [그리고] 미 제국주의자들의 정치적 목표는 유럽 및 여러 자본주의 국가들을 정치 경제적으로 예속시키고... [또] 호전적인 전쟁을 벌여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라는 등의 터무니없고 믿을 수 없는 주장으로 가득한 것을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옛날 말처럼 "아무도 따라다니지 않으면 악은 사라진다"는 것이 맞나 봅니다. 그래도 소련의 이런 문건을 읽으면서 양국 간의 거대한 틈을 깨닫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그러나 이 문건은 동시에 소련과 같은 함정에 빠지지 말라는 경고, 왜곡되고 무모한 시각만으로 상대를 바라보지 말라는 경고, 충돌은 피할 수 없고 화해는 불가능하며 대화는 협박을 교환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미국인들에게 던져 주고 있습니다.

그 정부나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착한 마음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사악한 정부나 사회 제도는 세상에 없습니다. 물론 우리는 미국인으로서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부정하는 공산주의에 대해 깊은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과학과 우주, 경제와 산업 발전, 문화, 용기 있는 행동 등 여러 분야에서 러시아 사람들이 거둔 성과를 축하할 수 있습니다.

양국 국민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많은 특성 중에서 양쪽 다 전쟁을 혐오한다는 것을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세계의 강대국 가운데 한 번도 서로 전쟁을 벌이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소련 외에 거의 없습니다. 전쟁사적으로 보아도 2차 대전 당시의 소련보다 더 심한 고통을 겪은 나라는 없습니다. 최소한 2천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수백만 곳의 가정과 농장이 소실되거나 약탈 당했습니다. 산업 기반의 약 3분의 2를 포함하여 영토의 3분의 1이 폐허가 되었는데 이는 미국에서 시카고 동쪽이 전부 파괴된 것과 맞먹는 손실입니다.

이유를 막론하고 지금 전면전이 다시 벌어진다면 우리 두 나라가 주요 목표가 될 것입니다. 가장 힘이 센 두 강대국이 파괴될 위험이 가장 큰 나라라는 것은 얄궂지만 정확한 사실입니다. 우리가 쌓아 온 모든 것, 우리가 애써 온 모든 것이 개전 후 24시간 안에 파괴됩니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맹방을 포함하여 수많은 나라에 위험과 부담을 안겨 준 냉전 시대에도 우리 두 나라가 가장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무지와 가난과 질병에 맞서 싸우는 데 투입하면 좋을 막대한 자금을 양쪽 모두 무기를 구입하는 데 쏟아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둘 다 한쪽의 의심이 다른 쪽의 의심을 키우고, 새로운 무기가 대항 무기를 낳는 지독하고 위험한 쳇바퀴에 갇힌 신세입니다.

다시 말해 미국과 그 맹방, 그리고 소련과 그 맹방들은 진실하고 진정한 평화를 확립하고 군비 경쟁을 중단하는 데 대해 깊은 이해를 공유하는 사이입니다. 이러한 결말에 대한 합의는 소련은 물론 우리 자신의 이익에도 부합하며, 가장 적대적인 나라조차도 그러한 조약의 의무를 수락하고 지킬 것으로 믿어도 됩니다. 바로 그 조약의 의무만이 그들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서로의 차이점에 눈을 감지는 말되, 그러한 차이점을 해결할 수 있는 수단과 공통의 이익에 주목합시다. 이런 차이점을 당장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다양성이 살아 있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의 가장 근본적인 공통점은 우리 모두가 이 작은 행성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공기를 마십니다. 우리는 모두 아이들의 미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는 죽게 마련입니다.

셋째, 냉전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봅시다. 단, 논쟁을 위한 논점을 쌓아 올리기 위해서가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우리는 비난을 하거나 심판의 손가락을 겨누기 위해 여기 모인 것이 아닙니다. 지난 18년간의 역사가 지금과 달랐더라면 펼쳐졌을 세상이 아닌 지금 그대로의 세상을 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산권 내부의 건설적인 변화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해결책을 마침내 만들어내리라는 희망을 품고 끈기있게 평화를 추구해 나가야만 합니다. 진정한 평화에 합의하기 위해서는 공산주의자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처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의 핵심 이익을 지키는 동시에 핵 보유국으로서 모욕적인 후퇴나 핵 전쟁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상대를 몰고 가는 대결 상황만은 막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핵 전쟁 시대에 그런 방향을 택하는 것은 우리가 정책 파탄 혹은 온 세상이 다같이 죽기만을 바란다는 증거가 될 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결말을 보장하기 위해 미국은 도발적이지 않고, 세심하게 통제되고, 예방용으로 설계되었으며, 선별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평화 유지에 군사력을 집중하며, 확실한 통솔을 통해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우리 외교관들은 불필요한 자극이나 말다툼에 불과한 적대 행위를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방어 태세를 완화하지 않고도 긴장 완화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은 결의를 입증하기 위해 우리 쪽에서 협박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의 신념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는 공포의 뉴스로 외신을 가득 채울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미국의 제도를 강요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구상의 어떤 사람들과도 평화적인 경쟁을 할 능력이 있으며 또 그렇게 할 것입니다.

그를 위해 UN의 힘을 키워 나가겠습니다. UN의 재정 문제가 해결되도록 돕고 보다 효과적인 평화의 도구로 만들어 진정한 국제 안전보장제도로 발전시킬 것입니다. 법리에 따라 분쟁을 해결하고, 큰 나라와 작은 나라 모두의 안전을 보장하고, 궁극적으로 무기가 완전히 사라지는 상태를 만들 수 있는 그런 UN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비공산권 내부에서도 평화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비공산권에 속하는 모든 나라들은 미국에 우호적이지만 여러 사안에 따라 패가 갈려 있어 서방 세계의 단결을 약화시키고 공산주의자들의 간섭이나 전쟁 발발의 위협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웨스트 뉴기니, 콩고, 중동 지역과 인도 아대륙에서도 우리는 양 진영의 비난을 무릅쓰고 일관성 있게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또한 우리와 가장 가까운 이웃인 멕시코 및 캐나다와도 작지만 심각한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애쓰면서 기준을 제시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다른 나라와 관련해서 한 가지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우리는 여러 나라와 동맹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과 해당 국가의 관심사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에 생겨난 동맹 관계입니다. 예를 들어, 서유럽과 서베를린을 방어하겠다는 약속은 우리가 동일한 핵심 이익을 공유하기 때문에 그대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다른 국가나 다른 민족을 희생시켜 소련과 거래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동맹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이 곧 우리의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자유 세계를 지키는 것은 물론 평화로 가는 길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도 양쪽의 이익은 일치합니다. 모든 나라가 다른 나라와 충돌하지 않는 선에서 스스로의 미래를 선택하도록 놓아 두어야 한다는 사실을 소련에게 납득시키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고, 또 이러한 동맹 정책의 목적입니다. 공산주의자들이 자기의 정치 제도와 경제 제도를 다른 나라에 강요하는 것은 오늘날 전 세계의 긴장을 불러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나라가 다른 나라의 자기 결정권에 간섭하지 않고 자제할 수 있다면 평화가 훨씬 더 굳건해질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전 세계적인 논쟁의 장을 새로 마련하여 국제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련과 미국 사이에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이해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더 많이 만나고 대화해야 하는데,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기 위한 첫 걸음이 바로 모스크바와 워싱턴 사이에 직통 라인을 두자는 제안입니다. 위기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지연이나 오해, 상대방의 행동에 대한 오판 등을 양쪽 모두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우리는 군비 경쟁의 속도를 제한하고 우발적 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그 밖의 1단계 군비 통제 조치에 대해서도 제네바에서 회담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나 제네바 회담에서 우리가 달성하고자 하는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목표는 전면적이고 완전한 군비 축소입니다. 단계별 군비 축소 방안을 마련하여 정치적 발전을 병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군사력을 대신할 새로운 평화 기구를 설립할 것입니다. 우리 정부는 1920년대부터 군비 축소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지난 세 번의 행정부에서는 정말 절박하게 군비 축소를 추구했습니다. 지금 보이는 미래가 아무리 불투명하더라도, 미국은 물론 모든 나라에서 군비 축소의 문제점과 가능성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는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협상의 주된 부분 중에서 결말이 눈에 보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출발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이 바로 핵실험을 불법화하는 조약입니다. 정말로 가깝고도 먼 것같은 이 조약이 타결되기만 하면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군비 경쟁의 악순환을 저지할 수 있습니다. 핵 보유국들은 1963년 현재 인류에게 닥친 최대의 위험, 즉 핵무기 추가 확산 문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게 됩니다. 안전 수준이 강화되고 전쟁의 가능성은 낮아질 것입니다. 이 목표는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자 하는 유혹이나 신뢰할 수 있는 필수 안전보장 조치에 대한 강경론을 철회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지 말고 끈질기게 추구해 나가야 합니다.

저는 지금 이와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결정 사항을 이 자리를 빌어 발표하고자 합니다.

첫째, 흐루시초프 서기장님과 맥밀란 수상님, 그리고 저는 종합 핵실험 금지 조약의 체결을 앞당기기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모스크바에서 고위급 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희망하는 수준은 역사의 경고에 귀를 기울여 조절해야겠지만, 우리의 희망에 곧 인류 전체의 희망이 달려 있습니다.

둘째, 이 문제에 관한 우리의 선의와 진지한 신념을 확인하기 위해, 미국은 다른 나라가 먼저 실시하지 않는 한 공중 핵 실험을 실시할 계획이 없음을 선언합니다. 우리는 먼저 핵 실험을 재개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번 선언으로 공식적 구속력이 있는 조약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조약을 체결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그 조약이 군비 축소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군비 축소를 이루는 토대가 되기를 바랍니다.

미국 시민 여러분, 마지막으로 미국 국내의 평화와 자유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살펴봅시다. 우리 사회의 수준과 정신은 우리가 해외에서 기울이는 노력을 정당화하고 뒷받침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자기의 삶에 헌신하는 자세로 그것을 입증해야 합니다. 오늘 졸업하는 여러분 중 많은 수가 해외 평화 봉사단이나 현재 계획 중인 국가 봉사단에서 무급으로 활동하면서 특별한 헌신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서나 평화와 자유는 함께 간다는 오래된 믿음을 실천하며 일상의 삶을 살아야만 합니다. 지금 우리에게는 불완전한 자유로 인해 평화가 보장되지 않는 도시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방 정부, 주 정부, 연방 정부 등 모든 차원의 정부 실무 기관에는 모든 시민에게 자유를 제공하고 보장하기 위해 부여된 권한 내에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모든 차원의 입법 기관에는 현재의 부족한 권한을 충분한 수준으로 강화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나라 전역의 모든 시민들에게는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고 국법을 준수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세계 평화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성서에는 "사람의 행위가 여호와를 기쁘시게 하면 그 사람의 원수라도 그로 더불어 화목하게 하시느니라"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결국 이것은 평화가 아니라 인간 권리의 문제입니다. 평생 절멸의 두려움에 떨지 않고 살 권리, 자연 그대로의 공기를 호흡할 권리, 미래 세대가 건강하게 생존할 권리 말입니다.

국익을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동시에 국민의 이익도 지킵시다. 전쟁과 무기를 없애는 것은 분명 국가와 국민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됩니다. 아무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조약이라도, 또 아무리 빈틈 없는 문구로 작성된 조약이라도 기만과 회피의 위험을 차단하고 절대 안전을 보장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체결 당사자들의 이익에 충분히 부합하는 조약을 충분히 효과적으로 이행한다면 통제 불가능하고 예측 불가능한 항구적 군비 경쟁보다는 훨씬 더 안전하고 훨씬 덜 위험한 세상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전 세계가 알고 있듯이 미국은 결코 전쟁을 시작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전쟁을 예상하지 않습니다. 현 세대의 미국인들은 이미 전쟁과 증오와 억압을 충분히, 아니 그 이상으로 겪은 사람들입니다. 전쟁을 원하는 자들이 있다면 우리는 대비할 것입니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우리는 경계할 것입니다. 그러나 또한 우리는 약자들이 안전하고 강자들은 공정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의 몫을 다할 것입니다. 그러한 임무를 완수하기 전까지, 그 임무에 성공하기 전까지 우리에게 절망이란 없습니다. 우리는 절멸의 전략이 아니라 평화의 전략을 향해 확신을 가지고 두려움 없이 전진할 것입니다.